부실학술지를 통한 검증되지 않은 지식의 확산은 단지 학술생태계의 교란에만 멈추지 않고 과학으로 포장된 가짜 지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오픈액세스의 확산, 경쟁에 대한 압박, 왜곡된 평가문화 등으로 인해 부실학술지는 더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실학술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술적 성과에 대한 질적 평가 기준이 없거나 단지 양적 성과만 좇는 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실학술지에 대한 연구자들의 참여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 증가는 여러 조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러시아 연구진의 조사에서는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꾸준히 늘어나 2015년 기준으로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 연구진은 2013년~2015년 기간에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 부실학술지 문제가 이슈화되었지만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고에서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현황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 국가별 분야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부실학술지 논문 수와 각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특히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최근 5년 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7.30%로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였다. 학술논문을 많이 게재한 상위 20개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3위에 머문 중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4.66%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꽤 심각하다.
우리나라 학술논문의 연도별 분야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을 살펴보면 일부 분야의 경우 앞으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할 정도로 이미 심각한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학과 다학제 분야는 전체 논문 중에서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20% 내외로 나타났다. 개별 논문의 질적수준은 동료평가 등을 통해 다시 판단해야겠지만, 해당 분야의 논문 5편 중 하나는 논란이 되는 부실학술지에 게재된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성장동력의 원천이 되어야 할 주요 기술 영역에서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글로벌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2018년 에너지 분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22.55%, 2018년 환경과학 분야의 부실학술지 비중은 21.35%, 2017년 컴퓨터 과학 분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15.39%, 2016년 화학공학 분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17.09%, 2016년 화학 분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14.35%까지 이르렀다. 본고의 분석이 우리나라 학술생태계의 전반적인 연구역량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실학술지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계각층의 노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